[뉴스인] 김효헌  = 세기적인 코로나 전염병의 발생으로 우리들의 일상이 많이 변화되었고 또 요즘 가장 핫한 이슈가 ‘접촉하지 않는다’를 의미하는 언택트 (untact)라는 신조어가 아닐까 한다. 코로나로 생긴 신조어들은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언택트 등이다.

영국에서 초기 코로나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패닉 상태가 되어 휴지나 음식 등을 사재기 하기에 바빴으며, 마트의 진열대는 텅텅 비기가 일수였다. 그리고 그 물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그 후 3월에는 전 국가적인 휴교령과 봉쇄령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적 쟁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고립감과 이에 대한 반감은 청소년들의 자살, 폭행 등으로 이어졌고, 가정폭력 건도 급증하였다. 한 노령의 부부는 지병이 있었는데 약국이나 GP(영국의 병원)방문이 어려워 지면서 허탈감에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이제 사재기는 많이 줄었다.

시민들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마스크 쓰기와 장갑 끼기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마스크 쓰기는 이곳 영국은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으로 볼 때가 많다. 하지만 식품점에서는 일회용 장갑을 끼고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봉쇄령으로 인해서 출퇴근을 하지 않아서인지 거리에는 차들도 없다. 대중교통의 수단으로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버스 안의 승객은 전무후무하다. 어쩌다가 한두 명이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다. 대신에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조깅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늘었다. 자동차나 버스 대신에 이 사람들이 도로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거리마다 사람들로 가득하여 걸어 다니기가 힘에 버거울 정도였는데 이제는 개미 한 마리 구경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리고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멀리 돌아가야 한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난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 걸어가는 것이 당연시되어 버렸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매주 목요일 저녁 8시만 되면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거나, 창밖에서 코로나의 일선에서 수고하는 의료 봉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박수를 친다. 그럴 때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면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른다. 필자의 집 이웃도 매주 목요일 저녁만 되면 백파이프를 연주한다. 아름다운 백파이프 소리에 이웃 주민들은 박수와 함께 그의 연주를 듣는 것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속담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봉쇄령이 연장되면서, 사람들은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들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봉사 활동이다. 조사에 따르면, 천만 명의 영국 성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동안 지역 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봉쇄령이 종료된 후에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위기가 발발 한 이래로 영국인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식료품 배달 쇼핑, 처방전 픽업, 혼자 사는 사람들을 방문하는 것, 지역 푸드 뱅크에서 도움을 주는 등 비공식적인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 성인 5명 중 1명이 3월 23일에 봉쇄가 시작된 이래로 지역 사회 활동을 자원했다. 자원봉사자의 3분의 2(67%)는 이웃, 친구 및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식료품 쇼핑을 하고 있으며, 4분의1 (26%)는 의약품이나 처방전을 수집하여 전달했다. 한편, 시간을 기증 한 사람들의 16 %는 외로움이나 다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3월 24일에 시작된 NHS 자원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었다. 이처럼 초기 코로나 사태와는 다르게 남을 배려하는 다양하고 선한 봉사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취약계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면,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은 자전거를 타는 것에서 벗어나서 지병이 있어서 약 처방을 받아야 하는 분들을 대신해서 처방전을 받아 대신 약국에서 약을 받아 전달하는 봉사를 한다. 이 전에는 자전거를 타기만 했다면 이제는 봉사까지 하는 회원들 덕분에 연로하신 분들은 집에서 편하게 약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또 주부 마라톤 동호회 회원도 이봐 같은 방법으로 운동 삼아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 전달하는 봉사를 하면서 또 다른 기쁨을 얻는다고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소외된 계층을 돕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한 부부는 빙고 게임을 가지고 주민들의 안부도 물으면서 즐거운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집 앞마당에 야외용 테이블을 펴고 앉아서 게임을 한다. 빙고 게임의 시작은 봉쇄령으로 이웃과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멀리 있어서 확성기를 통해 대화하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게임을 즐기면서 외출금지로 인한 무료함을 게임을 통해 이웃과 소통도 하고 그동안의 안부도 물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웃과의 관계도 돈독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참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이 내려졌을 초기에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고, 마치 탈출구가 없을 것처럼 혼란스러워 보였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나름의 탈출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때 자살을 선택한 노부부가 생각이 난다. 지레짐작하고 더 이상 약을 받을 수 없다는 상실감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부부, 좀 더 상황을 지켜봤더라면 그런 비극은 읽어나지 않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번의 무서운 전염병이라는 홍역을 치렀으며, 또 치르고 있다. 흑사병, 황열병, 스페인 독감, 콜레라 등. 이런 전염병들이 언제 또 우리에게 들이닥칠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전염병으로부터 참으로 연약한 존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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