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태엽 기자 = 개발된 적 없는 치료제가 세계 첫 허가를 눈앞에 뒀다.

GC녹십자(대표 허은철)는 지난달 31일, 파트너사인 ‘클리니젠(Clinigen K.K.)’이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ICV(intracerebroventricular)’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허가 신청에 앞서 희귀의약품에도 지정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의 경우, 약물이 뇌혈관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투과하지 못해 지적발달장애 등 중추신경손상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라제는 헌터증후군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에 대한 치료 옵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치료가 어려운 중추신경손상을 보이는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는 전체 환자의 70%에 달한다.

경증 환자에 비해 점진적으로 인지능력을 상실하고 기대수명도 매우 짧은 것으로 알려진 중증 환자의 치료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의 오쿠야마 토라유키(Okuyama Torayuki) 교수의 연구자 주도로 진행한 임상에서 중추신경손상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헤파란황산'(HS, heparan sulfate)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요 임상 평가 지표이며 헌터증후군 환자의 지적∙신체적 발달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발달 연령'도 개선되거나 안정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헌터라제 ICV가 허가 신청에 앞선 지난달 17일,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희귀의약품에 지정된 점도 주목된다.

일본의 경우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달리 희귀의약품 지정 요건에 ‘희소성’, ‘의료상 필요성’ 등과는 별도로 ‘개발 가능성’을 포함하는 만큼, 허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클리니젠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헌터라제가 환자 삶의 획기적인 개선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희귀질환 치료에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혁신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벤자민 마이니(Benjamin Miny) 클리니젠 그룹 부사장은 “이번 허가 신청은 파트너십을 통한 일본 내에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 치료제가 출시된다면 그동안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터증후군은 IDS(Iduronate-2-sulfatase)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남자 어린이 10만~15만 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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