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김정열 교수.

[뉴스인]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김정열 교수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한순간 방심하면 실수를 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라는 경고이다. 운전이 바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운전을 잘 한다고 방심하다 일어나는 실수가 곧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인데, 문제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야 다시 올라가면 되지만, 교통사고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상대방 운전자, 그의 가족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운전자나 일부러 도로에 뛰어드는 보행자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다. 도로이용에 대한 보행자의 의식수준이 미치지 못하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운전자의 과실에 의해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운전자의 의식이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몇 가지만 짚어보면, 운전 중에는 잠시도 운전외의 다른 행동을 하면 위험하다. 시속 60Km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는 1초에 약 17m를 주행한다. 그러므로 1초 동안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도 운전자는 17m의 거리를 눈을 감고 주행하는 것이 되고 만다. 즉, 횡단하는 보행자 등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주의한 행동을 하기 쉬우므로 운전을 할 때에는 특히 이러한 부주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마음의 긴장을 잠시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운전은 계속되는 긴장의 연속이다.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지속적인 주의력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피로가 쌓이게 된다. 피로를 그때그때 회복시키지 않으면 운전자의 감각 능력과 운동 능력을 저하시키므로, 시각과 청각을 통해 얻어지는 주위의 정보에 대한 반응이 늦어지고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신호를 착각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차의 잘못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난폭 운전을 하게 된다.

봄철에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원인 중에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졸음운전이다. 낮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운전자의 활동 시간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수면 부족이 일어나 운전 중에 졸게 되는 그야말로 춘곤증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시속 100Km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경우 1초 동안에 약 28m의 거리를 주행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깜빡 조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신체 중에 가장 무거운 부위가 졸릴 때의 눈꺼풀이라는 말이 있는데, 졸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운전하기보다는 안전한 곳에 차를 세워 놓은 뒤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식사를 한 다음에 바로 운전하게 되면 식곤증과 춘곤증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고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운전자의 조급한 마음이나 운전행동이 사고의 요인으로 깔려 있다.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고 운전하기 위해서는 조급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생각이나 상태가 조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급한 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간상으로 여유 있는 계획을 세운다든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운전은 마음과 육체의 기능이 일체가 됨으로써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이 가운데서 어느 한쪽이라도 결함이 생기면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게 된다. 불안정한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나 불안정 상태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운전자는 자기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언제나 자기 몸만큼이나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희생자가 발생하게 되면 그 희생자가 곧 나 자신이나 나의 가족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생명을 일구는 봄에 생명을 앗아가는 교통사고가 사그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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