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 에딘버러에 살면 가끔 가다 한국의 예술공연이 있을 때가 있다. 지난해 11월(2019)에 코리안 필름 페스티벌이 영국전역에서 열렸다. 그때 상영한 영화가 오발탄이었다. 오발탄에 대한 정보도 없이 오래된 영화라는 것과 한국사람이라서 이영화를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의무감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오발탄은 1961년 개봉작으로 필름이 오래돼서 다시 복원하였다는 자막과 함께 상영이 되었다. 내용은 현 시대에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잘 짜여진 각본에 감탄할 정도였다. 한국영화여서 관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많은 영국사람들이 한국영화를 본다는 것에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공연이 있다고 해서 표를 구했다. 이곳 에딘버러까지 한국의 피아니스트가 공연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공연이 일요일이라 조금 주저하긴 했지만 단 하루만 공연이 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팜플렛을 팔고 있었다. 필자는 손열음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팜플렛을 구입했다.

그리고 나서 먼저 커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그런데 커피를 파는 것이 너무 기가 막힌다. 잔과 인스턴트 커피를 주면서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통에서 직접 따라서 마시라고 한다.  한국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일반 커피숍에서 파는 가격과 동일하게 받는다. 하지만 이것이라도 마실 수 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자리도 없이 그냥 아무 곳에나 서서 커피를 마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학생증이 있어서 할인을 받아 한국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가격으로 앞자리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관객들은 대부분 영국의 중년분들이 많았고 동양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인은 필자 뿐인 것 같아 보였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지휘자가 나와서 소개를 했다. 그동안 독일의 하이델 베르그, 불가리아, 영국의 런던, 브리스톨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공연을 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에딘버러에서의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며, 이 공연이 끝나면 이재 아이슬랜드로 돌아간다고 했다. 긴 여정이라면서 즐거운 관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공연이 시작 되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아이슬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은 비제의 L`Arlesienne Suites, selection. 라벨의 왼손을 위한 콘서트( Concert for the Left Hand), 토르바이스도티의 알리어리티 (Thorvaisdottir Aeriality),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1번(Symphony No.1)이였다. 비제의 곡 연주가 끝이 나고 피아니스트 손열음 의 공연이 시작 되었다. 박수를 받으면서 등장한 손열음은 서양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주 작고 가냘픈 몸매였다. 한편으로는 어떤 음색이 나올까 궁금할 정도로 야리야리 한 모습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필자의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손열음의 연주는 힘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하며, 곡을 손으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열정적으로 연주를 했다.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의 힘과 열정적인 손놀림에 모든 관객이 숨이 멎을 만큼 빨려 들게 했다. 

중간에 인터미션에 주위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좀 전에 연주한 피아니스트가 한국사람이라면서 자랑스럽게 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필자가 연주한 것처럼 어깨를 으슥해 하면서 피아니스트를 자랑했다. 모든 관객들은 손열음의 피아노연주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작고 연약한 몸으로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는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연신 어메이징을 연발했다. 또 다른 사람은 정말 작고 여린 몸으로 어떻게 그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는지 너무 사랑스럽다며 “She is really tiny tiny” 를 연발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올 수 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로 멋진 연주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라벨의 곡으로 한손으로 연주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에 피아노는 두손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곡이었다. 이 곡을 연주할 때 오른손은 뒷짐을 지고 오로지 왼손만으로 연주를 하는 데 믿을 수가 없었다. 피아노는 화음이 들어가는 곡으로 두손으로 연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인데 비해 이 곡은 한손으로 모든 음을 완벽하게 하나의 음악으로 연주하는데 정말 어메이징이 저절로 나오게 했다. 이 곡으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았었다.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감상을 했고 심지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그녀의 피아노 실력에 경악하는 모습이였다.

라벨은 너무도 잘 알려진 프랑스 작곡가로 한손으로 연주하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오직 왼손만으로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곡을 작곡한 라벨에게 찬사를 금할 수 없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라벨의 곡 중에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곡은 슬픈 사연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른손을 잃은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작곡한 곡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은 독일출생의 피아니스트로 1차대전때 전투에서 부상으로 오른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후 왼손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을 작곡가들에게 부탁하게 되었고 라벨이 그에게 이 곡을 작곡하여 선사한 것이었다. 이 곡은 그에게 다시 한번 피아니스트 로서의 삶을 살게 해 준 유명한 곡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 후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

‘피아니스트 손열음’ 하면 라벨의 왼손을 위한 콘서트가 바로 떠오를 것 같은 멋진 연주였다. 이곳 에딘버러에서 한국의 피아니스트가 협연하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한국의 위상을 다시한번 피부로 느끼는 하루였다.  안전한 귀국길이 되길 바라며 한국에서의 다음 연주도 잘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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