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정진 부장 =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감이나 불안감은 우리 사회 문화를 매우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해빙기를 지나는 시기인만큼 사람들의 움직임이 민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외부보다는 내부 활동에 집중하고 있고 다중이 모이는 장소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외식도 감소해 집으로 배달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전염 우려가 있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일상의 불안감이 전 세계인의 생활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정진 부장.

이런 패턴대로라면 교통사고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 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보행자 사망사고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을 만큼 빈번하게 일어난다. 문제는 이런 보행자 사고가 일어나는 장소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곳이 아닌 일상적인 곳이라는 사실이다.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앞 도로, 늘 지나다니던 횡단보도 등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보행자 통행우선권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중 7명이 신호가 있는 횡단보도에서도 교통사고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67.7%(7,617명 중 5,157명)가 신호가 있는 횡단보도에서 조차 불안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횡단보도에서도 불안한 이유는 바로 신호를 준수하지 않는 차량들 때문이다. 특히, 운전자의 전방주시태만과 신호 미 준수,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는 것을 불안감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통행우선권에 대해서는 운전자의 인식과 운전습관에 큰 괴리가 있었다. 즉, 운전자의 81.6%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멈추고 양보하겠다고 답했으나, 실제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는 22.2%에 그치고 있었다. 마음은 있으나 실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행자의 무단횡단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3%가 1회 이상 무단횡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 이유는 단순했다. ‘도로폭이 좁아서 충분히 건널 수 있었다’든가, ‘무단횡단을 해도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든가 ‘급한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누군가의 사망사고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위생용품을 손수 준비하고 있다. 평소라면 북적거리던 음식점에도 쇼핑센터에도 사람이 없어 경제활동은 이미 위축된 상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할 수는 없으나 도로는 늘 교통사고라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무엇보다도 주의하고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보행자의 안전이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의무 강화를 위한 법·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보행자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홍보와 함께 보행자 역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마음만 있어서는 어떤 결과도 나올 수 없다. 실천하는 것만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횡단보도에서 느끼는 보행자의 불안감도 빠르게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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