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조진성 기자 =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보다 언어인지력 필수 요소인 소리의 ‘높낮이 분석력’과 ‘시간변화 분석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보다 청각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속설들은 존재했지만, 시각장애인의 소리에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심현준 교수 연구팀은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 언어인지력 비교 연구'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청각 능력 차이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선천성 시각장애인 19명, 후천성 시각장애인 16명, 비시각장애인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 소리의 ‘높낮이 분석력’에서는 선천성 시각장애인 그룹이 후천성 시각장애인이나 비시각장애인 그룹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높낮이 분석력’은 시각장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시각장애 연령이 어릴수록 향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소리의 ‘시간변화 분석력’은 선천성 시각장애인 그룹과 후천성 시각장애인 그룹이 비시각장애인 그룹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변화 분석력’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소리 에너지를 얼마나 잘 인지하는지 체크하는 것. 예를 들어 ‘와’, ‘바’라는 전혀 다른 발음과 뜻을 갖고 있는 단어가 소리의 주파수로만 보면 거의 동일한 파장을 보이는데, 이 단어들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발음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 에너지의 변화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입 모양을 보지 않고 소리로만 듣는 언어인지력은 시각장애인이 정상인에 비하여 뛰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시각장애인들의 뛰어난 청각능력은 시각 정보 차단으로 할 일이 없어진 시각뇌가 소리 신호에 반응하도록 보상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각장애인들의 보상적 청각 능력 향상은 분야에 따라 나타나는 시기가 달랐는데, 소리의 ‘높낮이 분석력’은 1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반면 ‘시간변화 분석력’은 몇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심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언어인지력은 시각장애 기간과 장애 발생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비시각장애인과 다르게 발달한다”며 “시각장애인에게 난청이 발생하였을 때 그들에게 특화된 청각재활이 제공될 필요성이 있고, 시각장애인에게 특화된 보청기가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후원으로 이뤄졌으며, SCIE급 뇌과학저널인 Frontiers in Neuroscience (2018 IF=3.648)에 11월 6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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