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한국의 대학졸업식이 겨울(2월 말)과 여름(8월 말)에 하루 동안만 개최되는 반면 영국에서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여름(6월 말- 7월 초)과 늦가을(11월 말)에 일주일에서 열흘 간 열린다. 얼마 전 에딘버러 대학교 맥큐언홀(McEwan Hall)에서 열흘에 걸친 학사 및 석∙박사 학위수여식이 열렸다(2019년 6월 29일 – 7월 10일).

영국에서는 학기가 9월에 시작하고 6월 전에 끝이 나므로 여름 졸업식에는 대부분의 학부생들과 석∙박사 생 일부가 졸업하고 늦가을 졸업식에는 석∙박사 졸업생이 주를 이룬다. 각기 다른 단과 대학들이 같은 장소에서 다른 날짜와 시간에 따라 학위수여식이 열리며 이것이 졸업식이 열흘 동안이나 지속되는 이유다.

 

에딘버러대학의 졸업식이 열리는 맥큐언 홀은 유서 깊은 문화재 지정 건축물로서 1897년 설립되었다. 설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졸업식장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돔 형태의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졸업생들의 기념촬영 필수 장소로 꼽힌다.

영국의 대학 졸업식 특히 에딘버러대학의 졸업식이 특별한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면, 

첫째,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준비를 꼽을 수 있다. 3개월 전부터 졸업식 참석을 위한 등록을 시작하고 졸업식 3주 전 마감을 하여 참석자를 파악하여 졸업식 명단을 확정한다. 졸업식에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은 보통 2-5명으로 제한하여 초대할 수 있다. 졸업식 당일 받는 초대장에는 게스트의 좌석 구역까지 지정되어있다. 또한 졸업 시작 시간을 엄수하기 때문에 졸업생은 30분 전 졸업식장에 입장하여야하고 졸업생이라도 지각 시에는 입장이 불가하다.

 

 

둘째는 잘 짜인 프로그램과 책자이다. 졸업식은 다소 형식적일 수 있으나 돔 천장으로 울려퍼지는 오르간 연주와 함께 이어지는 교수님들의 입장으로 식이 시작된다. 환영사, 독창, 학사학위수여, 합창, 석∙박사학위수여, 특별인사말 등으로 이어지는 한 시간 가량의 프로그램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프로그램책자에는 졸업 순서와 함께 졸업자 명단이 학위 받는 호명 순서대로 이름과 함께 논문주제가 인쇄되어 있다.

 

 

셋째는 무엇보다 졸업생 중심의 학위수여과정이다. 졸업식에 참석한 모든 졸업생은 한사람씩 호명되어 단상에 올라가서 학위를 받게 된다. 특히 에딘버러대학 졸업식에서 볼 수 있는 특이점은 졸업생들의 학사모가 없으며 부총장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졸업생의 머리에 툭 치는 의식으로 축하인사를 전한다. 그 모자(학사모 일명 the Geneva Bonnet)는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자이며 역사가이자 장로교 선구자인 존 녹스 목사 바지의 천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며 이것이 에딘버러 대학만의 졸업식 전통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감동받을 수 있는 졸업식이다. 졸업식 축사의 마지막에는 항상 졸업생들을 일으켜 세워 가족이나 친구에게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데 멀리서 손을 흔들며 눈빛을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졸업식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승미(에딘버러대학 수의과대학)씨의 소감을 빌리자면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어서 무척 감사하고 힘들었던 학위과정을 다 보상받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2013년에 동 대학 석사과정동안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로슬린 연구소 (Roslin Institute)에서의 자유로운 연구 환경과 활발한 수의분야연구를 경험한 뒤 2014년에 박사과정을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2018년 고양이 치과질환에서 파골세포의 역할에 대한 논문을 제출하고 논문심사를 통과하였다. 특히나 이번 졸업식을 위해 멀리 한국에서 오신 어머니, 두 분의 박사지도교수님들과 논문 심사를 담당했던 교수님 모두 참석하셔서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고 한다. 이번 졸업을 통해 박사학위를 받은 이승미 박사의 무궁한 발전을 응원한다.

 

 

에딘버러 중심에서 열흘 간 열린 떠들썩한 졸업식이 끝난 지금의 대학가는 여느 때보다 조용하다. 졸업한 이들의 열정과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그들의 새로운 시작에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어줄 신입생들을 기대해본다. 특별히 많은 한국학생들의  에딘버러 대학 진학을 기대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