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영령들에게 바치는 헌시의 곡 나와

세월 그곳은 사랑이어라...(사진=정경호 기자)

[뉴스인] 정경호 기자  =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가 나왔다, 39년 전 5월에 군인이었던 이가 노랫말을 쓰고 시민이었던 이가 곡을 붙였다. 시인 이청리와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백현이 만나서 만든 ‘무등산과 울고 있구려’이다.

시인과 작곡가 두 사람은 군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쏘았던 참혹한 현장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청리 시인은 당시 군인 신분으로 군 전체를 전시 체제로 가동시켜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전투에 들어서는 육군이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김백현은 그날의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었다. 1980년 5월, 각각 군인과 시민의 한 사람이었던 이들은 3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청리 시인은 “오랫동안 5월이 오면 역사의 부채를 갚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작곡가 김백현 또한 “5월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그날부터 노래로 풀어내고자 했으나 영혼을 울리는 곡을 만들지 못하는 심한 자책감을 수없이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무등산과 울고 있구려’는 마음의 빚을 가진 채 남겨진 사람들이, 시퍼런 젊음을 남겨두고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레퀴엠이다.

1977년 '별들의 위대한 선물'로 문단에 데뷔한 이청리 시인은 제주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 여행 왔다가 눌러 살게 됐다는 그는 ‘제주 4.3의 노래’, ‘해녀’ 연작, ‘위안부’연작 등 제주와 역사를 시어로 다듬어왔다.

최근에는 5월 광주를 10권의 연작 시집에 담아 탈고 중이다. ‘무등산과 울고 있구려’는 쉬지 않고 시집을 펴내온 그의 71번째 시집에 수록될 예정이다.

빛고을 예술단의 일원인 김백현은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이자 작곡가다. 그동안 수많은 곡을 쓰고 노래해 왔지만 이 곡만큼 힘들게 작업한 곡은 없었다고 한다.

무등산과 울고 있구려를 함께 작업한, 좌측 김백현 작곡가 우측 이청리 시인(사진=정경호 기자)

■ 무등산과 울고 있구려

안녕이란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시퍼런 젊음 하나 남겨두고 쓰러져갔네

저들이 휘두르는 곤봉에 맞아

저들이 쏟아대는 총탄에 맞아

안녕이란 말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시퍼런 젊음 하나 남겨두고 쓰러져갔네

아침과 저녁을 무등산과 함께 했던

그 사람들

먼 하늘가에서 내려와 무등산과 울고 있구려

다시 돌아온다는 맹세를 하듯

봄바람을 먼저 불어오게 하네

저 무덤가에 파릇파릇 잎새 돋아나게 하네

남겨두고 쓰러져간 그 시퍼런 젊음이

꽃 한 송이 한 송이로 피어나네

빛고을 거리거리마다 골목골목마다

발길이 닿는 어느 곳이나 피어나네

역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무등산과 울고 있구려’는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만들어져 아픈 역사를 되살린다. 이청리 시인은 “그 동안 수없이 불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과 더불어 이 노래가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고 무등산과 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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