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제작되었는지 알려져 있는 철자체계이다. 훈민정음은 세종에 의해 제작되어 1446년에 반포되었다. ‘한글’이란 명칭은 후에 주시경 선생에 의해 붙여졌다. 문자가 그대로 뜻이 되는 한자가 유일한 문자였던 중세 한반도에서, 문자가 바로 소리로 연결된 소리문자체계가 탄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한 한글은 한 글자가 여러 개의 소리를 가질 수 있는 영어 알파벳과는 달리 하나의 글자에 한 개의 소리만 연결된다. 이를 ‘얕은 문자체계 (shallow orthography)’라고 부르는데, 처음 문자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글자와 소리의 습득을 용이하게 한다. 더 나아가서, 한글 자음은 비슷한 소리가 비슷한 글자와 규칙적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면 기본소리 ‘ㄱ’에 공기가 더해진 소리 ‘ㅋ’가 되거나 성대를 긴장시켜 내는 소리 ‘ㄲ’가 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다른 자음에서도 규칙적으로 발견된다. ㄷ-ㅌ-ㄸ, ㅂ-ㅍ-ㅃ, ㅈ-ㅊ-ㅉ.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어떠한 외국인도 한 시간 안에 한글을 터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직관적이고 과학적인 디자인을 잘 반영한다. 많은 언어학자들이 이 체계적인 철자 시스템을 극찬해왔다 (Reiischauer & Fairbank, 1939; Sampson, 1985; Frits Vos, in press).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한글이 다른 문자와 비교해 얼마나 규칙적인 체계를 가졌는지에 대해서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에딘버러 대학교 박사 생으로 재학 중인 지하나(3년차)씨는 최근 연구된 방법들을 적용하여 한글의 문자-소리 상관관계가 표음문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음을 보여줬다. 그의 연구 동기는 한글이 가장 직관적이 과학적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이것을 수치화해서 다른 철자체계들에 어떤 여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어 소리와 글자들을 벡터로 변환하여 소리 사이의 거리, 글자 사이의 거리를 쟀고, 이 두 거리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다른 아랍어, 영어, 히브리어, 그리스어, 핀란드어 등과 비교했을 때 한글이 가장 높은 문자-소리의 상관 계수를 가졌다. 이는 한글의 소리와 문자가 가장 가깝게 연결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문자-소리의 상관관계는 다양한 글자체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는데, 주로 고딕 글자체들이 높은 상관계수를 나타냈다. 이는 우리가 문자-소리의 규칙성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 특정 폰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며, 특히 문자를 막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의 어린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다.

 

이 연구는 처음으로 한글의 문자-소리 관계를 수량화 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자체계에도 적용하여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를 가진다. 이 내용은 지난 3월 25일 캠브리지 대학에서 열린 학회에 발표된 바 있다.

에딘버러 대학은 학과들 사이의 교류와 통섭에 특히 강하다. 이 연구는 심리학, 언어학, 전산학, 교육학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수행되었으며, 새로운 연구 분야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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