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 김효헌  = 필자는 학창시절 가장 싫어하는 수업이 체육과 가사(가정)수업이었다. 체육은 달리기를 너무 못해서 싫어했고 가사 수업은 바느질이 너무 어려워서 싫어했다. 그때는 가사 수업이 왜 그렇게 어렵고 싫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중. 고등학교 때 받은 가정수업에서 늘 낮은 점수를 받은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필자는 “난 소질이 없어” 라고 단정 지어서 손으로 하는 것은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곳 에딘버러에서 우연한 기회에 바느질(재봉) 하는 곳을 알게 되었다.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안 될 거라 생각했다. 바느질하는 소질이 없기도 하고 또 바늘에 손이 찔릴까봐 겁도 나서 학창시절이후 한 번도 바느질을 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번이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찾아가 봤다. 첫 수업에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물어 보았다. 난생 처음으로 재봉을 해 보고는 거라고 했더니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 주고는 작은 파우치를 만들어 보게 했다.

3시간 동안 정말 무아지경으로 재봉을 했는데 작은 화장품 손가방(파우치)를 만들었다. 첫날에 그것도 처음으로 시도 해 본 재봉(sweing)에서 작은 소품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고, 놀랍기 까지 하면서 필자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매주 목요일 마다 가서 3시간씩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했다. 아직은 서툴고 바늘귀에 실을 꿰는게 어려워서 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만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다. 처음에는 강사님이 하라는 것만 만들었는데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인가 필자가 좋아하는 드레스를 만들고 싶어 졌다. 그래서 작업실에 늘려있는 천을 하나 선택해서 원피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필자의 체형에 맞게 원피스를 만들 수 있게 해 줬다. 그렇게 하고 나서 직접 원단을 사다가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천을 파는 상점에 갔다.

포목점에는 다양한 천과 부속품뿐만 아니라 옷을 만들 수 있는 패턴을 팔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좋아하는 원피스 패턴을 하나 사왔다. 그리고 그 다음 주에 가서 필자가 사온 패턴대로 옷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난생 처음으로 직접 산 원단과 패턴으로 원피스를 만들어 입었다. 그 후 만나는 사람들마다 직접 만들어서 입었다고 자랑하면서 다녔다.

 

필자가 재봉을 배우는 곳은 Remode Collective로 다문화와 다양성을 추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섬유 재사용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 된 Community Interest Company (CIC)라는 회사에서 사회복지 차원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이곳의 주 목적은 다음과 같다. 이주자, 난민 및 소수 민족의 사회 통합을 목적으로 나이, 성별, 문화 및 다민족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재봉 기술을 습득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환경에서 다른 사람(이민자)들을 만나고 친구 및 동료들의 지원과 네트워크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개발함으로써 고용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Remode Collective는 에딘버러에서 버려지는 직물을 기부 받아 수업에 실습자료로 사용하고, 재활용(Upcycling workshop) 작업장을 조직하고, 재봉 기술 배우기(Learn to Sew)라는 섬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에서 섬유 재사용 및 재활용에 대한 의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매년 스코틀랜드에서는 15,000,000 개의 재사용 티셔츠가 매립된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필자가 다니는 곳은 이민자나 난민, 소수민족과 같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재봉기술을 배우고 자원의 재활용도 하는 것으로 무료로 운영하는 곳이다. 필자를 가르치는 사람은 칠레에서 온 페르난도라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칠레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남편이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석사 공부를 하기 위해 에딘버러에 오게 되었으며 이곳에서 자원봉사로 디자인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페르난도뿐만 아니라 이태리에서 온 친구, 프랑스에서 온 친구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나누는 장소다. 이곳의 목적은 자원의 재활용으로 더 이상 옷으로의 가차를 상실하여 버려지는 옷들을 다시 새로운 모양으로 재탄생(Upcycling)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재탄생한 작품으로 패션쇼를 한다.

필자도 이곳에서 무료로 수업을 듣고 버려지는 옷들로 새롭게 만들어 지는 것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났다. 페르난도의 디자인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바지를 치마로 만들고, 레깅스가 블라우스가 되고, 여러 장의 청바지가 멋진 드레스가 되는 것을 보고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옷으로 재활용하는 것을 가르쳐 주고 또 무료로 배우는 곳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배운 수강생들의 작품으로 1년에 한 번씩 패션쇼가 열린다고 했다. 모델은 누구라도 할 수 있으니까 도전해 보라고 했다. 정말 가능할까? 몇 번이나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Why not’ 안 될 거 없지 라고 했다. 마음속에 ‘한번 도전해 봐’ 라는 작은 갈등이 일었지만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필자도 모델이 되겠다고 했다. 막상 말을 하기는 했지만 날짜가 다가오니까 걱정도 되고 해서 몇 번이나 유튜브로 모델 워킹을 따라 해보고곤 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필자도 그동안 몇 벌의 원피스(드레스)와 스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원피스와 스커트를 입고 직접 모델이 되 보기로 한 날이다. 필자의 옷이 의외로 다른 모델들이 입고 싶어 해서 한 벌은 다른 모델이 입기로 했다. 모델 화장은 바이킹 스타일인데 필자는 눈 전체를 보라색으로 칠하는 것이었다. 이런 화장을 하는 이유는 얼굴에 시선이 가지 않고 옷으로 시선을 분산하기 위한 것 같았다.

다양한 사람들과 처음으로 해보는 모델워킹, 긴장은 되었지만 즐거운 경험 이였다. 모델워킹을 하고 마지막 무대를 걸어 나오는데 관객들이 잘했다면서 칭찬해 주는 것을 들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지금보다 더 멋진 워킹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모델들과 함께 즐거운 파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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