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은 모두 저의 이야기입니다

(사진제공) 허슬기 작가

[뉴스인] 정경호 기자  = 작품과 공간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지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설치작가 허슬기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어렵게 고백했다.

유년시절 불행했던 과거와 특히 아버지에게 받았던 상처를 끄집어 내 작품을 통해 솔직히 드러냈다고 전했다.

허 작가는 그것이 자신이 Sculpture를 하는 이유라고도 말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상처

의 아픔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저만의 치유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허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정신적인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랫동안 저를 괴롭힌다. 어떤 기억이든, 기억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형태로 밖에 남을 수 없다”며 “과거에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 경험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관객들에게 표현하는 것이 저의 작품세계에 큰 주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을 읽을 줄 알아야 제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며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허 작가가 허심탄회하게 그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해 봤다.

♦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제 이름은 허슬기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뉴욕에서 9년째 살고  있습니다. 2009년 School of Visual Arts에 입학하여Advertising Design과 Graphic Design전공으로 학사과정을 마쳤고, 2013년에  Fine Arts로 전공을 바꾸어 Pratt Institute에 입학하였습니다.

여러 교수들의 지도를 받으며, 다양한 학생들의 작품세계를 공유했던 경험이 지금 저에게 큰 밑바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016년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까지 계속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룹전시와 개인전시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나 미술학자가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 Bourgeois) 입니다. 제가 Fine Arts로 입문하고 제일 먼저 크게 영향을 받았던 작가입니다. 저의 작품세계와 그녀가 보여줬던 작품들과 두드러지게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루이스 부르주아의 예술철학에는 제가 지속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그녀가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불신의 감정을 파격적으로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에 끝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루이스 부르주아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주체적인 상징으로 표현했으며, 나중에는 여성이란 존재의 나약함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가족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 결국 관계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는 그녀의 작품에서 무한한 공감을 느꼈고, 그녀의 독자적인 표현력은 작가로써의 끊임없는 도전과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 좋아하는 작가나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매우 훌륭한 한국 작가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그중에서 김수자 작가님, 서도호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김수자 작가님의 ‘보따리’ 작품을 통해서, 바느질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의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소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보따리가 보여주는 인간적인 삶의 미학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서도호 작가님의 작품은 제가 추구하는 조화로움이 담겨있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개념적인 측면과 미학의 요소가 균형을 잘 이루어진 작품들로 인해 현대미술을 새롭게 정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모마 (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열었던 로버트 고버의 회고전은 저에게 큰 의미를 주었습니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로버트 고버의 작품을 실제로 보았을 때 가졌던 충격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았던 순간들 중에 하나입니다.

손으로 만드는 조각 작품이 많은 점과 일상적인 물건외에 신체의 일부분을 만들어내는 점이 저의 큰 관심사와 일치했습니다.

또한, 평범한 것들을 낯설고 기이한 모습으로 변형을 시키면서 자신의 아픔을 사회적인 이슈로 드러내는 그의 표현력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합니다.

♦ 특별히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나.

학부과정을 마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됐습니다. 자아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연구를 통해 나를 다양한 관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필요했다고 생각했습니다.

Fine Arts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다짐했던 것은 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솔직히 전달하고 싶은 점이였습니다.

과거에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 경험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 관객들에게 표현하는 것이 저의 작품세계에 큰 주제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은 저의 유년기에 겪었던 일들을 주제로 이야기해 왔습니다.

나를 포함한 가족, 나의 적대적 인물이였던 친아버지 이야기가 저의 작품의 기본적인 소재입니다. 또한, 나에게 미쳤던 친아버지의 영향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한 불행했던 나의 유년기시절을 끄집어 내어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저의 작업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적 실제 있었던 일들을 현재의 내가 재구성하는 과정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친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정신적인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랫동안 저를 괴롭힙니다. 어떤 기억이든 , 기억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형태로 밖에 남을 수 없습니다.

제가 Sculpture를 하는 이유는, 수치로 잴 수없는 상처의 기억을 물리적인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자전적 드라마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육체적 노동과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품을 합니다. 재료로는 가정에서 쓰는 물건등 예를 들어 가구나 옷, 그밖에 왁스, 고무, 나무를 많이 사용합니다. 제 작품에서는 묶기, 쌓기, 겹치기 등 반복하는 행위로 완성된 형태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작고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여 크고 단단한 형태를 만들기까지의 시간은 작품의 완성보다 더 큰 의미를 가져다 줍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상처의 아픔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저만의 치유과정이기도 합니다.

(사진제공) 허슬기 작가

♦ 예술에 대한 본인의 기본 철학은.

우선 작가로써의 저의 신념은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멈추지 않는 자아성찰과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을 읽을 줄 알아야 제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얽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저의 세계를 넓힐 수 있고, 그 세계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예술에 대한 정의는 무한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 삶의 시간들이 많이 놓여졌다고 믿는 이 순간, 살아가면서 제가 얻는 깨달음이 곧 예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 가장 최근의 전시회에서는 어떤 작품이 전시됐나.

지난 8월 4일에서 2주 동안 The Java Project Gallery, Brooklyn 에서 개인전시를 했습니다. 전시 타이틀은 “Perpetuation”입니다.  

기존에 해왔던 sculpture와 다르게, 작품과 공간적인 관계라는 요소를 더한 Installation sculpture를 전시했습니다.

예전부터 작품으로 나의 유년기, 가족관계를 이야기 하면서 ‘가정’이라는 집단구조에 대해서 항상 질문을 해왔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정의 구조를 내가 선택한 재료와 나만의 작업과정을통해 재구성하는 컨셉으로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 앞으로 어떤 활동과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

기존의 작품들은 주로 유동적이지 않고, 공간의 구애를 덜 받으며, 독립적으로 문맥을 전달해 왔습니다.

지금 준비하는 것은 작품과 공간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지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입체적으로 설명하고, 공간의 영향력을 관객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게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작품주제의 선택은 한정되어 있다고 믿지 않지만, 지금까지 가지고 왔던 개인적인 소재에서 일반적 개념과 덧붙여 논할 수 있는 주제로 천천히 넓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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