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자가진단법. (사진=H+양지병원 제공)

[뉴스인] 조진성 기자 = 2017년은 다사다난했다. 지난 연말에는 재난 관련 이슈가 잇달았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은 지난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기상청 관측 사상 역대 2번째로 강한 규모였다.

12월에는 충북 제천에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가 발생,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천 영흥도 낚시배 침몰 사고, 세월호 인양 등 사고 관련 이슈가 이어졌다.

이러한 재난은 인명이나 재산 피해 등을 야기하지만, 재난이 일단락된 이후에도 당사자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 긴 후유증을 남긴다.

​대표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들 수 있다.

PTSD는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을 겪은 후 나타나는 장애로, 재난 등을 겪은 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도 포항 지진 이후 마이크 진동에도 놀라거나 제천 화재 후 붉은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증상이 계속될 경우 PTSD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18일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PTS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일부에서는 PTSD 등 정신질환에 대해 개인의 나약함에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PTSD는 엄연한 질환인 만큼 그 원인을 환자 개인에 돌려서는 안 된다”며 “PTSD와 같은 정신질환은 방치할 경우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치료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TSD, 재난 등 큰 이슈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발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생명이나 신체에 심각한 위협을 겪거나 혹은 이를 목격한 이들에게 나타나는 일종의 불안 장애이다.

​사람들은 일생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외상 사건을 경험한다. 대다수는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의 심리적, 신체적 기능을 회복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외상 사건 경험 후 다양한 형태의 불안장애를 겪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을 PTSD로 규정한다.

PTSD로 인한 불안장애는 크게 3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외상 사건 후 사건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거나 악몽을 경험하게 되는 '재경험',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회피', 사건 후 일반적인 반응이 둔화되거나 각성된 증상이 나타나는 '과잉각성'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 외에도 우울증이나 불안, 수면장애 등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PTSD를 야기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전쟁이나 대형 재난이다.

국내에서 PTSD가 본격적으로 이슈가 된 것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비롯해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재난이 원인이 됐다.

이러한 재난은 직접 피해를 겪은 당사자 외에 주변인도 PTSD를 겪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방방재청이 2014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구조활동에 따른 PTSD를 경험해 치료가 필요한 이들은 전체의 6.33%에 이른다. ​이는 일반인의 PTSD 평생 유병률 1.6%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러한 재난 이외에도 일상생활 속에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교통사고나 가정폭력, 질환 등으로 신체나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을 경우가 해당한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6개월 이내에 PTSD가 발병한 환자는 전체의 21.7%에 달하며 PTSD 진단 환자 중 약 1/3이 4년 후에도 증상이 지속 혹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TSD, 개인 의지 문제가 아닌 질환, 사회적 관심과 치료 필요

과거에는 PTSD 등 정신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이를 의지 박약 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PTS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은 개인의 삶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것인 만큼 환자 스스로 치료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PTSD에 대한 치료로는 크게 심리 상담과 약물 치료로 진행된다.

상담 치료의 경우 ‘장기간 노출 요법’을 통해 환자의 외상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과도한 반응을 감소시키는 한편, ‘인지 재구성’을 통해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이 더 이상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환자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그 외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 선별적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변에서 환자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다만 PTSD의 원인이 되는 경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은 환자의 PTSD 증상을 도리어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이기경 과장은 “현대인들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거나 직접 노출되지 않더라도 가까운 가족 및 친구에게 일어난 트라우마 사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그 외 직업적 특성상 그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PTSD를 토로하는 이들 또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트라우마 사건과 관련돼 벗어나기 어렵거나 수면 혹은 식욕의 변화, 심한 불안이나 죄책감, 절망, 자살 등에 대한 반복적 생각이 드는 특정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 적극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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