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픽사베이)

[뉴스인] 허영훈 기자 = 최근 서울의 한 여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몰카(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 또는 그 결과물) 피해 여대생의 공개 글이 페이스북으로 퍼지면서 사회적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 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피해자는 지난 6월 지하철을 이용 후 이상한 느낌이 들어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찾아 접속한 몰카사이트에서 자신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을 발견했고 그에 덧붙여진 성적 글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친구의 조언에 따라 해당 화면과 글을 우선 저장한 피해자는 가장 먼저 여성긴급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안타깝다” “경찰청에 전화해봤냐”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등의 소극적인 답변뿐이었다. 다음날 피해자는 경찰서에 신고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인근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민원실에서는 “사이버에서 발생한 일이고 성희롱적 내용은 맞다”고 하면서도 어디로 보낼지 고민하다가 여성청소년계로 피해자를 안내했다.

사건내용을 접한 한 남성 경찰관은 단정하듯 “이 사진이 본인인 걸 어떻게 아냐?” “이건 고소가 안 될 거다” “개인의 재산권이라 함부로 조사할 수도 없다”며 고소가 안 되는 여러 이유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다시 안내를 받아 찾아간 사이버수사대에서 얻은 답변은 “형사상으로는 어렵고 피해자 스스로 방통위와 국가기관에 민원을 넣어서 사진에 대한 삭제 요청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답변이 전부였다.

그 다음 접한 곳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었는데 상담원으로부터 “직접 검찰청 가서 고소해라” “수사가 안 될 수도 있고, 기소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무기력한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피해자는 이어 “그러니 밤에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지 말았어야지” 하는 무분별한 댓글에 대해서도 “저는 그날 인턴 면접을 보기 위해 검은색 정장치마를 입었고 오전 9시반경 단 두 개의 지하철역을 지나면서 찍힌 것이다”라고 자세히 설명하면서 현재 페이스북의 ‘국회톡톡 몰카판매금지법안’에 가입했으며 간담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일상에서 이런 위협을 겪고도 해결되지 않는 나라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안타가운 심정도 털어놓았다.

이 대학의 해당 커뮤니티는 해당 사건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여전히 뜨겁다. 더불어 3개월이 훨씬 넘은 이 순간에도 해당 범죄자는 아무런 제재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거란 사실에 많은 네티즌들이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어찌 이 피해자뿐이겠는가. 이것이 어찌 어제 오늘의 일이겠는가. 여성의 신체에 대한 몰카 문제는 노골적인 음란물과 달리 수위가 낮다는 이유로 결코 가볍게 취급돼서는 안 된다. ‘저장’과 ‘공개’라는 범죄자들의 연속행위는 릴레이식 범죄와 상상할 수 없는 피해의 확산을 동시에 불러올 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의 완전한 삭제를 기대할 수 없는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과 의심 속에서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댓글로 동종의 범죄를 부추기는 ‘잠재적 범죄자들’이 줄어들지 않는 분위기 역시 또 다른 유사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목적과 내용은 분명 다르지만, 방송사들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뉴스 등의 자료화면을 내보낼 때 여성의 뒷모습이나 신체 일부를 확대해서 내보내는 등의 촬영과 편집은 삼가야 한다.

여성 몰카는 사회를 급속도로 병들게 하는 심각한 범죄다. 몰카를 시도하려는 자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고, 절대로 가볍게 취급하지 않겠다는 수사기관의 선언적 약속도 필요하다. 아울러 입법기관에서는 몰카의 시도조차도 법으로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새로운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여성 몰카 문제는 더 이상 여성의 문제가 아닌 국민 모두에게 범죄예방의무가 있는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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