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한 명의 남편에 아내를 여러 명 둘 수 있는 일부다처제 허용 국가들이 적지 않다. (사진= News.com.au)

[뉴스인] 박수정 = “나의 두 번째 부인이 되는 거 어때?”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체류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제안(?) 중 하나이다. 결혼하자는 엄청난(?) 제안에 처음에는 기분이 언짢기도 했는데, 이제는 ‘첫 번째 부인 아니면 싫다’거나 ‘결혼 지참금으로 얼마를 줄 거냐’면서 농조로 능청도 떨 만큼 익숙해졌다.

◇ 한 집안에 아내가 둘이면 두 개의 가정?

지난 7월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사업과 양계 소액대출 사업의 지역 관리자들과 파트너 기관 담당자들이 한 데 모여 그간의 사업 추진경과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다양한 사업 중 특히 극빈 농촌지역 여성들에게 양계운영을 통해 가계 소득을 창출하도록 하는 ‘MARCA’ 사업 모니터링에서 많은 논의가 오갔다.

이 사업의 수혜자는 극빈농촌지역의 여성들이다. 하지만 양계 운영은 보통 직접수혜자인 여성들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수혜자를 선정할 때도 가구당 지원으로 계획을 세우고 가족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함께 약속 받았다.

그런데 이 사업의 수혜자들 중 두 명의 수혜자가 알고 보니 일부다처 가정이었다. 한 명의 남편과 두 아내가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두고 현지 직원들과 우리는 ‘하나의 가정으로 봐야 한다, 두 개의 가정으로 봐야 한다’며 토론을 해야 했다.

나는 남편이 같은 사람이므로 당연히 하나의 가정으로 보는 게 맞다고 느껴졌다. 더군다나 아예 다른 지역에 떨어져 있지도 않고 같은 마을에 사는데 말이다. 하지만 현지 직원들은 남편이 같더라도 두 개의 독립된 가정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두 명의 부인 중 한 명에게만 지원하면 공평하지 못해 서로 질투하고 싸운다며 큰일이 날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남편만 같고 같은 마을에 있다 뿐이지, 집도 따로 마련해서 독립적으로 가계운영이 된다는 것이다.

케냐도 지난 2014년 일부다처제가 허용됐다. (사진=Alexander Joe/AFP/Aquila-style.com)

◇ 이슬람 문화권 영향, 4명까지 아내 둘 수 있어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법적으로 일부다처제(Polygamy)를 허용하며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할 때 한 남편의 이름 아래 두 명, 세 명 아내의 이름이 같이 적힌 하나의 문서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부인과 혼인신고를 하면 남편의 이름과 첫 번째 부인의 이름이 적힌 문서가 나온다.

이후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의 이름과 두 번째 부인의 이름이 적힌 또 다른 문서가 생긴다. 이렇게 복혼, 중혼(重婚)의 개념으로 보자니 현지 직원들의 말대로 독립된 두 개의 가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고 이해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민법 제810조에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는 중혼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파란 부분이 일부다처제가 법적으로 허용된 국가들이다. 진한 파랑색 지역은 법적으로 허용되진 않으나 범죄로 처벌되진 않는다. 검은 부분은 일부다처제가 불법인 국가들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이것은 부르키나파소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11세기경부터 이슬람교가 전파됐다고 알려졌는데 이 영향으로 이슬람권 결혼제인 일부다처제가 허용되고 코란에 적힌 대로 4명의 아내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것이지 ‘권장’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4명의 아내를 둘 수 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2명 정도의 아내를 두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새 도시 지역에서는 그것도 드물다. 그래도 ‘내가 돈을 조금 더 잘 벌게 되면 두 번째 부인을 두겠어’라고 껄껄대긴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제이콥 주마(Jacob Zuma) 대통령도 잘 알려진 일부다처 가정이다. (사진=timeslive.co.za)

◇ 사회경제적 지위 따라 아내 제한 없기도

비이슬람권역에서도 그들의 ‘전통 풍습’으로 여겨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열대성 질병이 유행하고 유아 사망률이 높은 환경 때문에 남녀성비와 경제적 이유로 이슬람의 영향을 받기 이전부터 일부다처제가 실질적으로 존재했다고 보기도 한다.

부르키나파소 역시 시골지역으로 가면 부족장들은 10명에 가까운 아내를 두기도 한다. 법적으로는 4명까지 둘 수 있지만, 혼인신고와 같은 행정적 법적 신고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외에도 중남부 아프리카의 소수부족 사회에서는 남자의 지위와 재력에 따라 제한 없이 아내를 많이 두기도 한다. 중앙아프리카의 보카사 전 대통령도 17명의 부인 아래 55명의 자녀를 둔 기록이 있다. 카메룬의 소수부족인 반투스 왕국의 바이콤왕은 500명의 아내를 두었다고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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