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 고속도로를 달리며 만난 끝없는 초원. 망고나무가 그림 같다. (사진=이다영)

[뉴스인] 이다영 = 올해는 유독 연휴가 많아 여행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비행기 티켓은 이미 동이 났다고 하여 국내 어디라도 가볼까 하고 기차나 버스를 예매하다보니 우리나라 교통수단은 참 편리하고 어디든 여행가기 참 쉽단 생각이 들었다. 부르키나파소에 있을 때 지방여행은커녕 와가두구 수도 내 여행도 쉽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는 그저 내 발이 되어줄 자동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까운 경험들을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도록 이번엔 자동차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교통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아프리카 여행은 단연 자동차 여행이다. 자동차 렌트는 많이 발달하여 쉽게 빌릴 수 있으며 (저렴하진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운전기사도 함께 계약할 수 있다. 도시 안에서만 돌아다닐 게 아니라면 사륜구동 스포츠 차량이어야만 거친 도로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수도만 벗어나 드넓은 땅을 달리다 보면 쭉 뻗은 1차선 고속도로에서 나 혼자 한산하게 대자연을 건너는 느낌을 맛볼 수 있다.

톨게이트에서 멈추는 차에 몰려든 망고 파는 아주머니들 (사진=황옥문)

나라마다 다르지만 부르키나파소를 기준으로 보면 중요한 것이 있다. 대도시들을 벗어나면 인터넷이 끊겨 내비게이션 작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비게이션이 웬 말인가. 고속도로를 타면 다음 도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휴게소가 없다.

쉬고 싶으면 대자연에서 쉬고, 먹고, 때에 따라 노상방뇨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톨게이트에 들어설 때면 보게 되는 진풍경이 있다. 멈추는 차마다 껌, 물, 휴지, 각종 과일, 빵 등을 팔려고 몰려드는 이들이다.

미니버스에 몰려드는 승객과 행상인들 (사진=이다영)

부르키나파소에서 먼 지역을 이동할 때 타는 교통수단으로는 미니버스와 운송회사에서 운영하는 고속버스(car)가 있다. 미니버스는 승합차 크기의 이동수단으로 100km 내 중거리 여행에 많이 타는데 갖가지 짐과 오토바이, 동물들까지 매달려 같이 탄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 내가 살던 동네 와가두구 동역(gare de l’est)에서도 미니버스가 각 지역으로 출발했는데, 도로변에서도 타고 내린다.

고속버스는 우리나라와 시스템이 좀 다르다. 운송회사별로 터미널이 따로 있어서 내가 어느 운송회사 버스를 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운송회사별로 노선도 다르고, 버스의 노쇠 여부와 안전성에 대한 평판이 모두 다르다. 이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므로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는 거주하는 교민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코트디부아르 아비장까지 가는 장거리 고속버스와 행상인들 (사진=이다영)

부르키나파소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여행에 기차는 썩 적합하지 않다. 국제사회 원조에 얽힌 문제로 철도가 별로 설치되지 못했고, 열차 기술 수준도 열악하다. 일례로 부르키나파소 수도인 와가두구에서 코트디부아르 수도인 아비장까지 약 1100km를 가는데 24시간, 때로는 이틀이 꼬박 걸린다고 하니 이토록 불편한 일이 있을 수 없다. 고속버스보다 저렴한 맛에 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만약 부르키나파소의 와가두구 같은 시내 혹은 근거리 교외 지역을 여행할 경우에는 오토바이나 택시를 추천한다. 오토바이는 앞서 소개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손쉽게 싼 가격에 렌트할 수 있으며 연비도 좋다. 그래서 출퇴근, 등하굣길에서도 오토바이는 단연 주 교통수단이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도로 위 오토바이 (사진=황옥문)

개발도상국에서 오토바이는 어디서나 가장 흔한 교통수단인데 헬멧을 착용하고 달리는 사람들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특히 부르키나파소는 헬멧을 쓰기에 너무나 덥지만, 안전 무방비 지대인 그곳에선 더위보단 안전이 우선일 것이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없다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와가두구에서 나의 주 교통수단도 택시였다. 부르키나파소에서 택시는 주로 큰 길 일정한 노선을 직진만 하며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과 5-6명, 많게는 7명까지도 합승을 한다. 마치 아주 작은 버스 같다.

기본요금은 우리나라 600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만일 혼자 택시를 이용하겠노라 한다면 적어도 5인분인 3000원을 지불하면 혼자 쾌적하게 목적지까지 어디든 태워다준다. 주의할 점은 택시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년은 되어 보이는 승용차를 초록색으로 칠한 것이 택시인지라 좌석이 뜯어지고 문도 잘 안 닫히는 경우도 많다.

부르키나파소의 택시 (사진=www.totem-world.com)

운 좋게 말끔한 택시나 친절한 운전기사를 만났다면, 택시 기사의 번호를 따두는 것도 아프리카 여행의 요령이다. 평소보다 좀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필요할 때 어디든 태워달라고 하면 거절할 택시기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외국인 손님이라면 누구나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기사가 많으므로 목적지까지 택시요금이 보통 얼마가 적절한지는 주변에 꼭 물어보고 흥정을 하도록 한다. 물론 안전한 콜택시도 따로 존재하지만 미터기를 준수하기에 비싼 편이다.

진정한 오지와의 만남, 사람냄새 풀냄새 흙냄새 가득한 대자연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청춘이 있다면 이렇게 아프리카 도로여행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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