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사람들로 북적이는 아디스아바바 거리 (사진=이다영)

[뉴스인] 민선홍 = 에티오피아 출장에서 들었던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말이 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하면 싫어해.” 아니, 아프리카 대륙에 살면서 스스로 아프리카인임을 부정하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도대체 왜? 국장님에게 그 얘기를 전해들은 이후부터 내 머릿속에는 ‘정말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가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자니, 무례한 질문이 될 수도 있어 어디에 묻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와중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번 에티오피아 출장은 에티오피아 사업을 함께 진행해나갈 파트너 기관을 물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다양한 기관과 미팅을 진행했는데, 한 기관의 여성 담당자 분과 얘기가 잘 통해 사업 말고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국장님이 씩 웃으면서 “Do you think you’re an African?”(당신은 아프리카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이라고 물었다. 내가 계속 그 부분을 궁금해 한다는 걸 알고 대신 질문을 해주셨던 것이다. 다행히도 그분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고, 웃다가 이내 곧 “No”(아니요)라고 대답해주었다.

그렇다. 에티오피아는 분명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다. (출처=Google map)

이어서 우리가 “그렇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지 않느냐” 묻자, 그분은 난감하게 웃으면서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맞아,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지. 하지만 우린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과는 달라.”

아프리카에 살고 있지만 아프리카인은 아니라는 아이러니가 무척 흥미로웠다. 이유를 묻자 에티오피아는 보통의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겪지 않았을 뿐더러 고유 언어체계(암하라 어, Amharic)와 달력(율리우스력, Julian Calendar)을 지니고 있으며, 경제적·문화적으로도 훨씬 발달해 있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확연히 차이 나는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왼쪽)과 에티오피아 사람들 (사진=민선홍)

그리고 에티오피아인들은 백인계, 아랍계, 흑인계의 혼혈이 대부분이라 생김새도 일반적인 아프리카 흑인 이미지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다. 확실히 부르키나파소에서 본 사람들의 피부색이 새까맣다면,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훨씬 밝은 연한 커피색에 가까웠다. 체형이나 하관 등의 이목구비 등 역시 많은 차이가 났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우스갯소리로 에티오피아 아기들이 다른 흑인을 보면 운다고 얘기가 있다. 무서워서 말이다!

◇ 검은 아프리카? 유색 아프리카! (Black Africa? Colorful Africa!)

솔직히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같은 아프리카 대륙에 살면서 뭘 그렇게까지 선을 긋나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부정적이었으면 저렇게 선을 긋는 걸까 싶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묘사한 그림 (출처=Goodwill & Growth for Africa UK)

나만 해도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하던 시절, 아프리카는 덥고 가난하고 분쟁과 질병이 많으며 새까만 흑인들의 나라 ‘Black Africa’였다.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가 그럴 것이라는 구분도 개념도 없이 그저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그렇게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이 만연해 있으니 자국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에티오피아인들이 아프리카인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을 수밖에! 물론 이러한 선 긋기에 대해 다른 아프리카인들이 불쾌해하기도 한다.

왜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버려진 땅, 불모의 땅일까? 정작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데 말이다. 이러한 인식에는 대중매체나 개발협력 분야의 빈곤 포르노그래피(poverty porn, 미디어에서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유발해 모금 지지를 유도할 목적으로 쓰이는 사진이나 영상물)가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최악의 모금 영상(빈곤 포르노)을 뽑는 'Rusty Radiator Awards' 2015년 1위 수상작 (출처=SAIH)

영화든 책이든 흑인들은 항상 ‘노예’나 ‘3D노동자’ 즉, 사회 소외 계층으로 비춰져 왔다. 그리고 많은 개발 NGO들의 후원 모금 영상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더없이 가난하고 불행하고 자립할 수 없는 나약한 사람들로 보여졌다.

언제쯤 이 사회에서 아프리카가 부정적인 블랙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각 국가들의 고유색이 담긴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모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개발 NGO들은, 또 나는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빈곤 포르노에서 벗어나 후원 영상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내가 지금 아시아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듯 에티오피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모든 국가들이 자신의 대륙과 국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또 그 미래에 나도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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