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세네갈의 에이즈 예방 인식개선 광고. "에이즈가 두 명을 전염시킨다"는 문구와 에이즈 양성자의 수유로 아기가 전염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진=www.ird.fr)

[뉴스인] 백미래 = 부르키나파소에서는 각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국민 인식개선(Sensibilization)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식개선은 일종의 계몽활동이다. 한국의 공익광고를 떠올리면 된다.

부르키나파소의 인식개선은 한국에 비해 더욱 생활과 밀접한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생활 곳곳에서 접한 인식개선 활동들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현재 부르키나파소의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접근들은 어떠한지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 부르키나파소의 사회문제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어제만 해도 건강하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여러 가지 풍토병과 낙후한 의료시설로 인해 한국이라면 충분히 치료를 받아 살 수 있는데도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경우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건문제는 생명과 직결된 가장 커다란 사회문제이며, 인식개선에서도 골자를 이루는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질병은 단연 말라리아와 에이즈를 비롯한 HIV 감염이다.

특히 에이즈와 HIV 감염은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콘돔을 사용하면 감염률이 크게 줄어드는데 그러한 간단한 방법조차 충분히 교육 받지 못해서, 혹은 돈이 부족해서, 혹은 파트너가 반대해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질병 감염을 감소시키기 위한 인식개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임신과 가족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한 피임의 중요성을 광고하는 것과 가정환경에 맞게 가족계획을 세워 자녀수를 조절하자는 인식개선 운동도 활발하다.

특히 어린 미혼 여성들을 위한 비정부기구(NGO)들도 특별히 존재하는데 이들이 원치 않는 임신과 질병에 쉽게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기구들은 피임기구 등 물리적인 부분과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가정폭력 문제이다. 부르키나파소는 일부다처가 허용되며 여성의 지위 또한 낮아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아내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아내를 지배하거나 구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들이 교육을 받으려고 해도 남편의 허락이 필요하고, 외출을 하려고 해도 남편이 반대하면 할 수가 없다. 아내가 해주는 밥이 아니면 절대 먹지 않는 심술궂은 남편들도 많다고 하니 말이다.

국경없는교육가회(EWB)에서도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으로 남편이 아내가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것을 허락하고 아내가 교육을 받음으로써 가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들도 알게 한다.

네 번째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과 조혼문제다. 부르키나파소에는 경제적인 문제로 어린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을 제고하는 인식개선이 있다. 또한 조혼문제도 아직 부르키나파소에 존재하는데 특히 시골이나, 북방에 사는 부족 중 하나인 풀 족(族)은 아직도 조혼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린 나이의 여자아이들을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시키는 것이다.

가족들은 아이의 교육을 더 이상 시키지 않아도 되고 식구가 줄면 경제적 부담도 줄며 결혼으로 지참금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없애기 위한 인식개선이 활발하고 도시 등 많은 곳에서는 여자의 결혼 연령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밖에도 환경 문제 등 굉장히 많은 부분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루어진다.

말리의 조혼의 끔찍함을 보여주는 그림.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나이 든 남자를 가리키며 "네 미래의 남편이야"라고 말하고 있는데, 아이는 "무서워요. 저 좀 내버려두세요"라고 대답한다. (그림=www.maliweb.net)

◇ 생활과 밀접한 인식개선

이러한 인식개선은 생활과 밀접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로맨스 드라마를 굉장히 몰두해서 보고 있는데, 결론은 위조지폐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드라마인 적이 있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도 이러한 인식개선 내용을 담고 있으며 만화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드라마, 만화뿐 아니라 한국의 공익광고와 같이 짧은 몇 초의 인식개선 광고도 쉽게 볼 수 있다. 그 밖에 국경없는교육가회(EWB)에서도 활용하는 연극이 있다. 각 마을에 직접 가서 연극을 통해 인식개선을 하는 것이다.

또는, 노래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한 카메룬 가수가 부른 곡 중 하나는 '아내를 때리지 마세요'다. 버스에서 '가족계획'에 대한 인식개선 노래가 울려 퍼지는 등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인식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밖에 조혼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시간과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에 대한 조혼 당사자의 경험담을 조혼에 대한 인식개선 비디오로 만들어 인터넷에 게시하는 경우도 있다.

◇ 가장 현실적인 복지제도

그렇다면 왜 이런 인식개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필수교육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공교육 현장에서 교육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교육하여 사회로 불러들일 수 있는 한편, 부르키나파소는 공교육에 대한 접근기회가 월등히 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를 이용하여 효과적인 인식개선을 꾀한 것으로 본다.

이러한 인식개선 활동들은 또한 사회안전망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어느 정도 복지 제도들이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함께 따르기 때문에, 인식개선활동이 현재 부르키나파소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고 사회를 증진시킬 수 있는 일종의 복지수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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