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사바 마을 여성들과 함께 (사진=EWB)

[뉴스인] 민선홍 = 사람들은 대개 유명한 명소나 새로운 곳에 가면 그 풍경이나 분위기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사진으로 그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곳에 가도 그냥 “아, 이런 거구나.” 하고 거기서 끝이다. 그 이상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나 생활에 있어서는 감수성이 꽤나 풍부한 편이지만 여행 감수성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곳이 있었으니 바로 부르키나파소다. 국경없는교육가회에 오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서아프리카의 한 나라. 그 낯선 땅에서 보냈던 따뜻하면서도 찬란하고, 그래서 더 슬펐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낯선 이를 향해 먼저 인사를 건네는 아이 (사진=EWB)

◇ 따뜻하고 찬란한 사람들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 이름은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부르키나파소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없이 다정하고 정감 넘치고 따뜻했다. 물론 이건 우리 기관이 부르키나파소에서 사업을 한지 10년이 다 되어 가고, 출장으로 접했기 때문에 이미 아는 현지 파트너들을 만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르키나파소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보기 드문 아시아의 작은 여자 아이를 향한 호기심이 두 눈에 가득할 뿐, 그 이상의 나쁜 꿍꿍이(?)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자신과 결혼하자는 식의 짓궂은 농담은 끊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게 먼저 다가와 환하게 웃어줬던 아이들 (사진=EWB)

수도인 와가두구에서나 좀 더 떨어진 마을에서 마주친 많은 사람들은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줄 알았고, 낯선 타인에게 기꺼이 따뜻한 미소와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난하든 아니든 말이다.

공동협의회 첫날은 물갈이를 하느라 몸이 좋지 않아 허리를 두들기며 다녔는데, 그 후로 이틀 동안 만나는 사람들마다 허리는 괜찮냐고 몇 번이나 물어볼 정도였다. 그것도 불어를 하지 못하는 나를 배려해 보디랭귀지를 사용하고 다른 간사에게 통역까지 부탁해서 말이다.

마을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처음 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저 불어를 못해서 그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대학생 때 농촌체험활동으로 간 시골 마을에서 느꼈던 정과 인심이 느껴지는 나라,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나라, 내게 부르키나파소는 그런 곳이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서쪽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 (사진=Shutterstock)

◇ 따뜻하고 찬란해서 더 슬펐던 황토빛 세상

이토록 따뜻하고 찬란한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여서일까. 부르키나파소를 뒤덮은 황토빛 풍경들이 더욱 슬프고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부르키나파소가 사하라 이남에 위치해 있다 보니 곳곳에서 사막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모래로 뒤덮인 도로와 보도블록 (사진=EWB)

우선 나라 자체가 황토빛이다. 수도든 마을이든 지나쳤던 부르키나파소의 모든 곳이 황토빛 세상이었다. 새로 정비한 도로나 보도블록, 집 안팎 여기저기가 모래먼지로 가득했다. 사무실 내부도 매일 몇 번씩이나 물티슈로 닦아야 할 정도이니 실외는 말 다했다.

차는 하루만 주차해도 뿌예질 뿐 아니라 길거리 나무들조차도 모래먼지를 뒤집어써서 본래의 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만난 모래바람 (사진=EWB)

한번은 수도에서 좀 많이 떨어진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차 두 대로 이동을 했는데, 나는 뒤차에 탑승했다. 그런데 앞차가 지나갈 때마다 모래바람이 일어나서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였다. 거기다가 소떼 이동까지 겹쳐지면서 웬걸, 절대로 사람은 못 지나겠다 싶을 만큼 엄청난 모래폭풍이 휘몰아쳤다. 그야말로 모래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떠난 출장길이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가장 흔한 길거리 풍경 (사진=EWB)

함께 간 다른 동료들은 해마다 사막화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문득 ‘이곳의 사막화에서 나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 생각 없이 낭비했던 세제와 샴푸, 욕심 부리다 버린 음식 등 얼핏 생각나는 것만 해도 수십, 수백 가지 책임이 내게 있었다. 지금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이 바뀌지 않아 지나쳐버린 일상의 사소함이 바다 건너 이곳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눈으로, 또 피부로 와 닿는 변화로 나타나고 있던 것이다.

지금도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치열한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노력을 하면 할수록 사막화는 더 진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이 감내해야 하는 수많은 노력과 고통으로부터 우리는 정말 자유로울까?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막화는 그들만의 문제인 것일까? 따뜻하고 찬란한 사람들, 그렇기에 더욱 죄스럽고 슬펐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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